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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HOOPER

TV를 통해 만난 제임스는 부드러운 이미지의 영국 신사였다. 하지만 조금만 더 그를 파헤쳐보면 내셔널 지오그래픽 2008 ‘올해의 모험가’, 영국 최연소 에베레스트 등반, 북극에서 남극까지 무동력 종단, 제주에서 서울까지 무동력 종단 등 겉모습과는 다른 화려하고 터프한 이력을 만날 수 있다. 어린아이 같은 미소 뒤로 늘 거친 모험을 꿈꾸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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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 반갑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

지금은 호주 울런공 대학교(The University of Wollongong)에서 유학중이다.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아내와 함께 호주로 왔고 앞으로 2년 정도는 더 호주에서 공부를 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영국 대사관의 요청이 있어서 오랜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대단한 모험가이기도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방송인으로 친근하다. 어떻게 방송 출연을 하게 됐나?

당시에 나는 평범한 유학생이었는데 방송국에서 전화가 왔다. 어떤 프로그램인지도 모르고 재미있겠다 싶어서 출연했던 게 <비정상회담>이었다. 막상 출연해보니 나보다 한국어를 훨씬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는 프로였는데, 돌연 하차를 결심한 이유가 궁금하다.

공부를 계속 하고 싶었고 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어느 곳에서 어떤 공부를 이어갈 것인가 고민이 많던 시기였는데, 한창 방송 촬영 중이던 때에 호주에서 좋은 제안이 왔다. 방송 출연이 너무 재미있던 시기라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그래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가끔 방송하던 때가 그리워진다. (웃음)

 

아내가 한국인인 것으로 알고 있다.

맞다. 경희대에서 만나 CC였다. (웃음) 아내는 나보다 학교를 먼저 졸업했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 내가 진행하는 ‘원마일 클로저’에서 우간다에 학교를 짓는 프로그램을 설명했더니 나보다 먼저 그곳으로 가서 6개월간 봉사 활동을 하기도 했다. 우간다는 아쉽지만 아직 나도 못 가봤다. 내년쯤에는 어떻게든 기회 를 만들어서 다녀오려고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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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원 마일 클로저’가 진행된 것으로 아는데, 조금 더 자세히 설명 부탁한다.

원 마일 클로저의 목적은 크게 세가지다. 첫번째는 지금은 고인이 되어버린 나의 친구 롭(Rob Gauntlett)을 기리는 것, 두 번째는 사람들에게 모험심을 전달하는 것, 세 번째는 교육의 기회를 모든 이에게 균등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내가 이런 모험과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롭과 좋은 선생님, 그리고 좋은 교육 덕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끊임없이 다른 이의 모험담을 들으며 자랐고 그것들에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마치 전염병과 같이 타인에게 전달된다고 믿는다. 나는 원마일 클로저를 통해 그런 것들을 전파하고 싶다.

 

굉장히 좋은 의미인 건 알겠지만 구체적으로 원마일 클로저가 수익을 내서 학교를 짓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한 참가자가 원마일 클로저와 같은 좋은 취지의 자선 행사에 참가하기로 결정을 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전달 하는거다. “내가 이런 이런 좋은 뜻을 기리기 위해 장거리 마라톤에 도전하기로 했어. 날 후원해주지 않을래?”라고 하면 흔쾌히 10~20 파운드(약 17,000원~34,000원/2016년 초 기준)씩 지원해준다. 한국에서는 흔하 지 않지만 유럽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우리는 영국의 북쪽 맨 끝에서 남쪽 맨 끝까지John OʼGroats to Landʼs End, UK 1,500km를 자전거로 달리기로 결정했고, 25명이 약 2만 파운드(약 3,400만 원)를 모금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식으로 차곡차곡 모금해 원 마일클로저를 통해 전달한 성금이 현재까지 한화로 약2억원에 달한다. 우리가 처음 후원을 하기로 했을 때는 망고나무 밑에 선생님 1명, 학생이 2명인 이름뿐인 학교였지만 이제는 12개 교실과 3채의 기숙사에 과학실과 컴퓨터실도 있는, 선생님 20명, 학생 730명인 큰 학교가 됐다. 얼마 전 시험 성적도 근처 40개 학교 중에서 8위를 기록했다. 원마일 클로저를 시작하고 불과 3~4년만에 일어난 일이다. 너무 뿌듯하다. 할수 있을 때까지 계속 지원을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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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이야기겠지만 롭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롭은 학창시절부터 나의 단짝 친구였다. 우리는 늘 자전거로 더 먼 곳으로 향하길 바랐다. 학기 중에는 학교와 집 주변을 라이딩하다가 방학 때는 더 멀리로 원정을 가곤 했다. 그렇게 차곡차곡 경험과 실력을 쌓다 보니 더 큰 모험이 하고 싶어졌고 고민하던 중에 에베레스트를 알게 됐다. 그때만 해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것들을 감수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냥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산이 라니까 “가보자!” 하는 호기만 가졌을 뿐이다. 그 이후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하기 위해 프랑스, 스코틀랜드, 네팔 등 다양한 지역과 환경을 경험하며 실력을 쌓았다. 그렇게 롭과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고, 이후에 더 큰 모험을 계획해서 북극에서 남극까지 무동력 으로 총 42,000 km를 종단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지만 무사히 성공했다. 하지만 2009년 몽블랑에 나 와 롭, 또 다른 친구 제임스(James Atkinson)와 리처드(Richard Lebon)가 함께했을 때, 나와 리처드가 한 조, 롭과 제임스가 한 조로 파트를 나누어 등반했는데 만나기로 했던 장소에 롭과 제임스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을 거라고는 생각 도 하지 않고 그저 휴대폰 배터리가 다했을 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 만 다음 날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아 경찰서로 향했는데, 그곳에서 둘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그때 나는 정말 모든 것을 잃은 기분이었다. 어릴 때부터 늘 롭과 함께했었고, 앞으로의 많은 일들도 롭과 함께할 생각만 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롭이 사라지고 나니 정말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알 수 없었다.

 

보통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경험들의 연속이다.

너무 힘든 시간들이었지만 몽블랑에 함께 올랐던 리처드와 롭의 동생인 팀과 함께 롭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었다. 그렇게 롭을 기리는 마음과 우리가 염원했던 방식을 담아 원마일 클로저를 기획하게 됐다. 롭은 떠났지만 여전히 나와 함께 하고 있다. 나는 늘 나의 목표를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파하는데 그것은 바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과 같다. 롭과 처음 에베레스트 계획을 준비할 때부터 우리는 수많은 난관에 부딪쳤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목표를 설명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갔다. 그리고 그 수많은 관계들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우리에게 길을 만들어줬다. 원마일 클로저도 마찬가지였고.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겉 모습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서 단정 지을 필요는 없다. 그건 절대 알 수없다. 나와 롭이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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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Text 이원택
Photo Ozak

THE ReeAL MAGAZINE VOL. 08 B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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