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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BOOT

흔히 말하는 스포츠의 ‘시즌’이란 특정 스포츠에 집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시기를말한다. 많은사람들이 즐겨 보는 프로스포츠에도 시즌이 있다. 한국의 4대 프로스포츠인 농구, 축구, 야구, 배구는 각각 시즌이 있어 개막 전과 폐막전을 통해 시즌의 시작과 끝을 알린다. 프로스포츠의 종주국인 미국의 4대 프로스포츠는 농구, 야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로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지만 시즌 동안 진행되는 것 은 마찬가지이다. 프로스포츠에서보다 시즌이 더 중요시되는 스포츠도 여러가지가있다. 특히 자연 환경을바탕으로, 자연환경 속에서 이루어지는 스포츠는 계절이 곧 시즌이된다. 올림픽 덕분에 한창 인기인 동계스포츠의 경우 시즌이 곧 스포츠 그 자체이다. 그 중에서도 눈이 필요한 스노우보드는 특히나 뚜렷한 시즌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

나는 수년간 스노우보드 시즌을 기준으로 살아왔다. 찬바람이 불면서 시즌의 시작을 알렸고,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면 시즌의 끝이 다가오는 것 같아 매년 너무나 안타까웠다. 스노우보더들에게  3월은 그런 달이다. 열정적으로 지내온 몇 달간의 시즌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짐을 싸는 시기이다. 2월 중순 쯤이면 강원도의 산골짜기에도 비교적 따스한 바람이불기 시작한다. 지금 이 글을 쓰고있는 2월 말 쯤에는 하나둘 짐을 싸고 떠날 준비를 한다. 도시로 떠나는 이도 있고, 새로운 시즌을 찾아 해외로 떠나는 이도 있다. 이렇 듯 스노우보더들에게 있어 2월 말은 겨울을 정리하고 봄을 준비하며 떠돌이 생활을 다시 한번 확인할 기회이다. 도시로 떠나는 이들은 또 다른 일상을 만들어 간다. 생업으로 돌아가거나 봄, 여름이 시즌인 스케이트보드, 웨이크보드, 서핑을 즐기기도 한다. 몇달 후에는 다시 스노우보드 시즌이 시작될 것이고, 그들은 다시산으로 돌아갈 준비를 할 것이다. 외국으로 떠나는 이들은 눈이 있는 곳을 찾아간다. 눈을 찾아 떠돌던 경험은 나를 비롯한 스노우보더들에게 있어 잊지 못할 순간들로남는다. 눈이 있는 곳에 정착 해 살아가게 되지만 결국 다시 짐을 싸고 새로운 곳으로 떠나야 함을 알고 있다.

끊임없는 패킹(packing)과 언패킹(unpacking)의 반복 속에서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 혹은 ‘이곳에 꼭 다시 와야지!’와 같은 생각과 결심들이쌓여간다. 한곳에서의 시즌이 끝날 때는 그간의 기억과 성과를 정리 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마음의 준비를 한다. 스노우보딩 중 다친 데가 있으면 시즌과 시즌 사이에 충분히 쉬면서 몸의 준비를한다. 마음과 몸을 리부팅(rebooting) 하는 것이다. 2월 말에서 3월에 이르는 시기,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다가올 시즌을 준비하며 무슨 일이 생길지 궁금해하는 스노우보더들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일상과 다르지 않다. 생활과 경험이 쌓여가며 삶을 이룬다.

 

 


신나리
프로스노우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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