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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OF OF VALUE

저마다 “나는 다르다.”고 주장하며 살아가지만 과연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는 잘 설명하지 못하거나, 타인을 납득시키는 것까지는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더라. 나 자신과 타인 모두를 납득시킬 수 없다면 ‘다르다’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 실은 모두 ‘그런 꿈을 꾸고 있는 똑같은 사람들’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결국 하고 싶은 건 많지만 돈은 없고, 능력도 부족할 뿐더러 좋은 기회도 만나지 못했고 자신을 이끌어 줄 조력자도 만나지 못한 거다. 그런 채로 살다 죽기는 싫었다.

“이렇게 하려면 저렇게 해야 한다. “, “저걸 하고 싶다면 그것부터 해야 한다.” 남들이 말하는 길을 그대로 따라 걸으면 똑같은 사람이 될까 두려웠다. 아니 똑같더라도 옳다는 확신이 들면 따라갈 수 있었으련만 내겐 그런 확신도 들지 않았다. 남들이 옳다는 방향으로만 따라가도 실패할 확률이 농후한 세상. 그럴 바엔 틀려도 차라리 내 방식대로 틀리고 싶었다.

리얼맥을 시작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였다. 스노우보드를 처음 만난 게 20여 년 전, “스노우보드는 내 인생”이라 부르짓기 시작한 것도 어느새 10년이 넘었다. 그러는 동안 대한민국에는 어느 스노우보드 매거진 하나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다. ‘내 인생’이라 표현한 스노우보드가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한 것인지 누구도 증명해주지 못했던 셈이다. 나는 이것을 사람들에게 증명하고 싶었던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부족한 전달력으로 비슷하게 부족한 전달력을 가지고 있는 지인들에게 “스노우보드는 내 인생이야. 스노우보드는 멋져.”라고 백날 이야기한들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것을 가치 있게 표현하는 방법 이라고는 납득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가치의 수준만큼 그 가치를 더 많은 이들에게 증명할 수 있는 판(스케일)에서 타인이 납득할 수 있는 논리를 설파하고 싶었다.

그것은 누구도 해주지 않았다. 그런데 만약 내게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 능력을 가지 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하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일종의 ‘죄’라 생각했다. 또한 진정으로 무엇인가를 사랑하고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이라 생각되지 않았다. ‘나는 다르다.’고 생각하며 살아가지만 실은 어차피 무언가를 시작할 자신도, 용기도, 동기도 부족한 다른 이들과 똑같은 사람이었던 거다. 그래서 나는 나의 다름을 증명하기 위해, 또 스노우보드, 혹은 누군가의 또 다른 삶의 방식 역시 얼마나 가치 있고 사랑스러운 것인가를 내 방식대로 증명을 하기 위해 리얼맥을 창간했다.

이것이 나 하나의 고집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 초크 밸브를 당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저마다 ‘가치 있는 것’, ‘사랑하는 사람’, ‘아끼는 무언가’가 있지만 그것을 증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해서 할 수 없다면 그것은 어쩌면 가치 있다고, 사랑한다고, 아낀다고 나와 상대를 속이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내 생각이 틀릴 수도, 맞을 수도 있다. 또 맞다가도 틀릴 수 있고, 틀리다가도 맞을 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틀릴 땐 틀리더라도 내 방식대로 틀릴 수 있는 기회는 얻지 않았는가? 최종적으로 가치를 증명 해낼 수 있다면 말 그대로 ‘증명’ 이 되겠지만 어쩌면 그 시도와 도전만으로도 이미 ‘가치의 증명’은 이루어지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PF
이원택
리얼맥 발행인 / 편집장

● THE ReeAL MAGAZINE VOL.03 REA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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