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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ies but goo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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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것’이 늘 ‘이전의 것’보다 더 좋으리란 법은 없다. 새로운 것과 이전의 것은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말이고, 좋은 것 과 나쁜 것은 그야말로 성능이나 취향을 나타내는 말이므로 실은 전혀 다른 뜻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때때로 이 두 단어들을 오용하고만다. 그래서 “이게 더 새거야”는 “이게 더 좋은거야.”로, “그게 더 오래된 건데?”는 “그게 더 안좋은 건데?”로 혼동하는 경우가 생긴다.

‘좋다’는 단어 역시 Like가 될 수도 있고 Good이나 Fine이 될 수 있다.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Like는 좀 더 주관적이고, Good이나 Fine은 보다 더 객관성을 갖췄다고 할 수 있을까?

실제로 새로운 것이 더 좋은 경우가 잦기 때문에 그런 오류가 생기겠지만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나와 같은 경우는 비디오게임을 판단하는 데 있어 그렇다. 최근 출시되는 초고해상도 컴퓨터 그래픽으로 무장한 비디오게임은 도무지 취향과 맞지 않는다. 차라리 도트가 팍팍 튀기는 8비트나 16비트 기기 시절의 투박한 평면 그래픽 쪽이 훨씬 더 정감가고, 실제로도 그 쪽이 더 재미있다. 그래픽 적으로는 최근의 게임이 더 Good일 지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내가 더 Like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 소니의 차세대 휴대용 게임기 PS VITA를 구입했다. ‘그래도 최신 게임이면 또 다른 매력이 있겠 지.’ 하는 맘에서였는데 역시나 나와 잘 맞지 않았다. 예전에 스펙트럼 매거진 Issue No. 08 / YOUTH에도 나의 레트로 게임 사랑에 대해 기고한 바 있는데 리얼맥 5호 작업을 마치고 잠시 일본에 들려 예전에 즐기던 슈퍼패미컴(닌텐도사의 16비트 비디오 게임기/국내에서 는 ‘현대 슈퍼컴보이로’ 수입) 소프트를 잔뜩 구입해왔다. 대부분 이미 PC 로 구동이 가능해진 게임들이지만 일본에는 여전히 실기(實機) 를 통해 플레이하고 싶어하는 매니아들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계속 그 시장이 유지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오래된 게임들을 즐기고, 수집하는 콜렉터들은 증가하고 있다.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전의 것이 더 좋은 이유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최근의 것보다 더 구하기 어려워저셔 수집욕을 자극하고, 희소성이 생겼기 때문에 이전보다 더 빛나는 가치가 부여되는 경우가 있다. 굳이 예를 들자면 우표나 동전 같은 것이 그렇다. 우표나 동전의 기능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되려 이제는 사용이 불가능한 것들도 많다. 이것들이 최근의 것보다 더 좋은 이유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수집, 획득의 가치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물론 우표의 프린트나 동전의 주조 방식에 가치를 매기는 이들도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우표나 동전의 본래 가치를 판단하는 척도가 아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긴 희소성이, 본디 그 재화에는 없었던 새로운 가치를 얹었을 뿐이다.

관심 분야가 그 쪽이다보니 오타쿠스럽게 늘 이쪽 이야기로 빠지는 게 아쉽다만 레코드판을 수집하는 이들을 보더라도 나와 비슷하다. 이미 MP3나 CD로 편리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굳이 예전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LP를 수집하고, 청음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예전 게임을 최근의 모니터로 구동하면 이전의 모니터와 출력 방식이 달라서 화질이 예전같지 않다. 컨트롤러 역시 실기로 구 동해야만 그 게임 고유의 의도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CD나 MP3로 듣는 음악 역시 마찬가지. 취향이나 분위기를 뛰어넘어 LP여야만 확인할 수 있는 음질의 차이가 있다. 이것들에도 희소성이라는 새로운 가치가 추가되었지만 그것을 제하더라도 새로운 것으로는 이길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가 있다.

시간이 더해져 좋아지는 경우도 있고, 단순히 새로운 것과는 취향이 맞지 않아 이전의 것을 더 좋아하게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시간의 흐름과 주관적인 취향을 떠나서라도, 오래됐지만 여전히 좋은 것들은 존재한다.

나부터 그동안 ‘새로운 것을 좋은 것으로, 이전의 것을 나쁜 것 으로 혼동하진 않았나?’ 자기 반성을 해본다. 앞으로라도 이것을  혼동하지 말아야 내 주변에 남아 있는 ‘오래됐지만 여전히 좋은 것’들을 잃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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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택
리얼맥 발행인 / 편집장

● THE ReeAL MAGAZINE VOL.06 B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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