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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의 노랠 듣고있을 너에게

PLKD

삶은 선택의 연속일까? 이 글을 쓰기 직전에도 쓸지 말지를 고민했고, 독자들 역시 이 글을 읽을지 아니면 그냥 넘길 지를 고민했을 것이다. 이렇듯 내 인생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단어— ‘선택’.

10년이 넘게 같은 일을 해오면서 수많은 선택을 했다. 사소하게는 ‘파티에서 무슨 음악을 틀어줄까’ 하는 고민에서 레코드 판들을 선택해가며 그중에서 ‘아, 이건 지금 분위기에 별로니까 틀지 말아야지.’라는 선택도 있었고, ‘이 일을 계속 해야 할까?’ 하는 고민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생각과 고민, 선택’ 의 순서가 ‘생각, 선택’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난 이걸 나만의 노하우라고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이나 상황에 상관없이 오직 나만 알고 있는, 나에게 맞는 선택법.

사실 성격이 좀 예민한 편이라 스스로에게 피곤함을 자주 느끼는편이다. 이런 성격이 마음에 들지않아 나만의 룰(?)같은 것을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 나의 선택에 대하여 이후에는 다른 것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A를 1만원에 샀는데 길을 가다가 다른 매장에서 A를 발견했다. 예전 같았으면 A의 가격을 확인하고 더 비싸면 희열, 싸면 좌절했을 터인데 이제는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 조금 더 단순하게 사는 것이 비결이랄 까? 물론 그 전에 충분히 시장조사를 해서 자세하게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많으니…….

이런 작은 선택의 노하우가 결국 내가 무엇인가를 선택해야 할 때 자신감을 갖도록 만들어준 것 같다. 그 선택에 대한 옳고 그름도 결국 나 하기에 달렸음을 또한 알게 되었다. 이미 남들의 눈치는 신경 안 쓰기 시작한 지 오래됐고, 그럴수록 내 자신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져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됐다.

처음 ‘DJ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이 언제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가 고른 음악을 들으며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내게 큰 기쁨을 주었다. 그런 기쁨들이 중독적으로 다가와 언제부턴가 음악을 틀고 사람들을 불러모으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 나는 ‘레코드판으로 언제까지 음악을 틀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이 무겁고 불편한 판들로 평생 틀어야 하나?’ 그때는 이미 CD로 플레이하는 DJ 기계인 CDJ가 많이 나와 있었다. 내 첫 시작이 스크래치(레코드 판을 앞뒤로 움직여 나는 소음을 박자에 맞게 연주하는 디제잉) 였지만 CD로 최신 음악들을 틀고 싶기도 했다.

판으로 음악을 트는 DJ들은—지금은 더 없지만—손에 꼽을 정도로적었다. 하지만 나는 손에 꼽히는 DJ가 되고 싶었다. 그 당시에는 큰 선택이었다. 레코드판으로 시작하자니 집에 판이 없고 또 판을 사려면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티셔츠를 만들어 팔며 DJ 장비를 살 돈을 모았고, 그러면서 레코드판도 하나둘 사모으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잘한 선택이었다. 선택이라기보단 결심에 더 가까웠지만…….

그 후로 한동안은 레코드판으로만 음악 트는 것을 고집했으나 세월이 지나며 USB DJ 장비가 나오고, 심지어 MP3로만 공개되는 음원들을 접하게 되니 새로운 선택도 하게 되었다. DJ 란 직업도 기술의 발전에 따라 그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신기하지 않은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예술의 형태도 바뀌고 다양해지는 현상 말이다.

오랜 시간 음악을 틀어오면서 늘 고민하는 문제가 하나 있다. ‘오늘은 무슨 음악을 들려줄까?’ 아마 이 고민은 마지막으로 음악을 트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기분상 오늘은 015B의 <어디선가 나의 노랠 듣고 있을 너에게>를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나의 음악을 들으러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옳은 선택 을 할 수 있도록 난 음악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 오늘의 내 선택은 탁월했다.

 

 

 

PLKDPF
PLASTIC KID
DJ / PRODUCER

● THE ReeAL MAGAZINE VOL.07 CH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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