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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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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택 편집장의 선택은 그리 탁월하지 못하다. 글을 쓴 경험도 거의 없고 독서와는 담을 쌓은 나에게 글을 부탁하다니.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해보려 했지만 완강한 편집장님 앞에 나의 논리는 그저 한심한 변명일 뿐이었다. 어쨌든 글은 쓰기로 결정했으니 나의 생각들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우리는 무엇인가를 늘 선택하게 된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정’이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요즘 매주 금요일밤마다 방영되는 <쇼미더머니>에서는프로듀서가 고민 끝에 다음 무대에 진출할 지원자를 선택하는 장면이 매번 이어진다. 곧이어 선택 받은 자의 공연이 이어지고 관객들은 또 그 중 맘에 드는 팀을 선택한다. 프로듀서의 선택, 관객의 선택. 그 모든 선택이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에게 희로애락 을 전달한다. 이토록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하는 선택인데 나에게는 왜 이렇게 어렵기만 할까? 어쩌면 너무나도 막연하게 던져진 주제를 글로 풀다가 자칫 ‘중2병 감성남’처럼 비쳐질까 봐 두려운지도 모르겠다.

18년째 스케이트보드를 타오고 있고 이제 갓 장사를 시작한 나. 15살에 처음 스케이트보드를 시작한 계기는 정말 단순했다. 멋져 보이고 싶어서.  그렇게 겁 없이 올라선 스케이트보드 는 너무도 재미있었고 그 이후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신나게 스케이트보드만 탔다.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십수 년을 스케이트보드 위에서 보낸 나에게는 정작 이렇다 할 명확한 꿈이 없었다.대학을 두 번이나 입학할 때도, 입대할 때도, 직장에 들 어가고 30대에 들어설 때까지도 나는 그저 스케이트보드를 탈 뿐이었다. 어느새 평범한 직장인 중 한 명이 되어있던 나는 주변의 시선이 따갑지않을 정도로 그저 눈치만 보며 주변의 분위기에 따라 흘러가고, 숨쉬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만을 했다. ‘모두 다 겪는 사회생활이니까.’라는 생각으로 직장 생활의 부당함을 참으며 자기합리화를 했던 나에게 어느 순간 부끄러움과 자괴감이 찾아왔고, 여러 고비와 고민 끝에 퇴사를 결정했다. 스스로에게 떳떳한 선택을 해 본 적 없던 무책임한 나에게 있어서, 인생의 전환점이자 엄청난 책임감이 부여되는 큰 선택이었다. 그렇게 큰 꿈과 계획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렇게 나는 날 이끌어 주고 가르쳐주는 사람 없이 또 다시 사회 초년생으로 돌아왔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딱히 전할 명확한 메시지가 있는 것 은 아니다. 하지만 선택에 대한 정답은 없고, 예상할 수도 없는 선택의대가 때문에모두 이를 망설이는 것이 아닐까? 나도 그런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왔지만 이제는 결정했다. 어쨌든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뜰 것이고, 난 예전처럼 아무 생각없이 스케이트보드를 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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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훈
프로스케이트 / 데일리그라인드 디렉터

● THE ReeAL MAGAZINE VOL.07 CH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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