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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가 아니라 ‘스노우보드’인 이유

한국의 외래어표기법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 것은 비단 오늘내일만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스노우보드’의 표기/현 방식은 당장 나와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로, 문제점에 대한 정리를 하고자 한다.

먼저 영문 SNOW의 발음은 한글 스노우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근접하다. SNOW의 발음은 [snoʊ]이지, [sno]가 아니기 때문에 스노로 발음하는 것은 영문의 W [ʊ] 발음을 일체의 여지 없이 묵살시켜 버린다. 또한 ʊ 발음은 한글 모음 ㅜ 로 근접하게, 현대 국어의 표현상 거부감 없이 표현해낼 수 있다. [ʊ] 발음을 완전히 배제해 버리는 것은 원 용어을 훼손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외래어표기법 [外來語表記法] (국어국문학자료사전, 1998., 한국사전연구사)에 따르면
외래어는 국어와 음운체계가 전혀 다른 언어로부터 차용되는 것이므로, 표기가 통일되지 않으면 큰 혼란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 외래어를 표기하는 방법은 이론상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① 국어의 음운구조를 무시하고서라도 되도록 원음에 가깝게 표기하는 방법,
② 원음과는 다소 다르더라도 우리의 음운구조에 동화된 대로 표기하는 것이다.
이 경우로 보았을 때도 SNOW의 스노우 표기는 1, 2번 모두를 충족시킨다. 왜냐하면 국어의 음운 구조를 훼손시키지 않고도 원음의 표현에 근접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노우가 스노가 되어가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일제 말기 1940년에 조선어학회에서 <외래어표기법통일안>를 규정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표준 외래어 표기법이 진행되어 오고 있기 때문이다는 합리적인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물론 그 이후로도 수차례의 수정이 있었으나 현재 규정되어 있는 것은 문교부 고시 제85-11호로 1986년 제정, 고시된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일본어의 스노우보드 표기는 スノーボード가 된다. 이것을 그냥 한글로 표기할 경우 ‘스노보도’가 된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일본어의 장모음(ー)이다. 일본어는 외래어 표기시 사용하는 가타카나(カタカナ)에 ー(장모음)이란 것이 있다. 한글은 별도의 장음 표기가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을 생략해버린 것인데 일본에서는 이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장음 표기가 따로 없는 한글로는 모두 똑같이 보일지 모르지만 일본인에게는 이 장음의 있고, 없음에 띠라 완전히 다른 의미가 되어버리는 단어들이 많다. 또한 일본어의 외래어 표기 시에는 이러한 장모음의 역할로 인해 일부 W의 발음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SNO [sno] 는 스노, W [ʊ] 는 장모음 – 이 담당하는 식이다. BOARD [bɔ:rd]역시 마찬가지다. 보오드 라고 표현 하지 않고 보-도라고 표기함으로서 장음으로 [ɔ:r] 발음을 유사하게 표현했다. [bɔ:rd] 의 발음 중 D는 일본어 특성상 오십음도 안에 아예 없는 발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가 되어버렸다고 하지만 자국의 언어 안에서 최대한 외래어 표기에 유의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장음과 단음으로 단어의 뜻을 구분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국민학교 시절 눈(eye)과 눈(Snow)의 길이를 배운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것이 실제 생활에 쓰이는 경우는 없다.) 일본어의 장음 표기를 생략해버리는 것이 한국의 외래어 표기법이다. 그렇게 스노우보드가 일본식 영어의 표기로, 다시 한국에 표준 외래어로 규정되어 고착화가 될 상황에 처해있다.

사실 스노라고 표기한들, 스노우라고 표기한들 나는 그냥 타면 되지 무슨 상관이냐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겠지만 스노보드가 스노우보드가 되어야하는 이유로는 여러가지가 있다.

1. 스노우가 맞다. 맞은 것을 틀리게 표현할 필요는 없다. 이것은 외래어니까 원어에 가깝게 발음하는 것이 맞다.

2. 그렇다고 이것이 오렌지를 어린쥐로 바꾸자는 억지 주장은 아니다. 국어의 음운상 거부감 없이 원어에 근접하게 표현이 가능하고, 우리는 또 그것을 오랫 동안 사용해왔기 때문에.

3. 이런 논쟁은 외래어 표기법의 등장 이후 끊임이 없었다. 짜장면이 자장면이 되었다가 다시 짜장면으로 인정받은 것 처럼, 랍스터가 로브스터가 됐다가 바로 얼마 전 다시 랍스터도 표준 외래어로 인정되었다. 이런 불필요한 논쟁과 증명 없이 스노우보더라면 스노보드를 타지 말고 스노우보드를 타면 된다. 스노보드를 말하지 말고, 스노우보드를 말하면 된다.

4. 그리고 스노우보드를 결정하는 것은 언어/역사 학자가 아니라 스노우보더여야 하지 않은가? 그들이 제품의 길이를 재듯 용어를 재단할 때 우리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이후 규정된 그 단어들로 겪게 될 불편함은 우리의 몫일테니 말이다.

우주의 별을 처음 발견한 이에게 이름을 지을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듯 스노우보드란 용어를 결정한 권리는 스노우보더에게 있다. 단순히 ‘한글 외래어표기법에서 규정하였으니’란 논리로 스노보드를 받아들인다면 중국에서 서울을 한성이라고 한들, 일본에서 김치를 기무치라고 한들 우리에게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서울이 서울이고, 김치가 김치이듯, 스노우보드는 스노우보드다. 그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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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택
리얼매거진 발행인 / 편집장

 

※ 참고
국립 국어원

[네이버 지식백과] 외래어표기법 [外來語表記法] (국어국문학자료사전, 1998., 한국사전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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