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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NHYUNG PARK

“아, 그거 찍었어? 그 사진 나가면 또 (서핑) 진짜 못한다고 난리 날 텐데.”

파도의 크기가 성에 차지 않은 듯했지만 파도 위에서의 움직임은 누가 봐도 그가 숙련된 서퍼임을 증명한다. TV만 틀면 서핑을 하는 연예인이 나오는 요즘, 서프 보드 위에 앉아 있는 뻔한 인증샷이 아니라 정말로 잘 타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 사람.

냉동 인간이라는 애칭과 함께 다시 돌아온 god의 리더이자 서퍼 박준형이다.

 

Interview & Photo 이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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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 반갑다. 이런 곳(강원도 양양)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얼마 전 <나 혼자 산다>를 촬영하러 양양에 왔다가 한국에서도 서핑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이후로 스케줄이 빌 때마다 계속 양양을 찾고 있다.

 

어릴 적부터 서핑을 즐겼다고 들었다.

서핑을 하기 전에 스케이트보드를 먼저 탔다. 누나가 타다가 발목을 다쳐서 내가 타게 됐는데(웃음) 아무튼 서핑을 처음 한 건 1978년으로 기억한다. 우리가 헌팅턴 비치(Huntington Beach) 근처에 살아서 동네 백인 형의 보드를 빌려서 처음 시작했던 것 같다. 근데 그때의 나에겐 서핑이 너무 무섭더라. 그래서 바로 바디보드로 바꿨다. 그렇게 한 1년 반 정도 바디보드를 타면서 파도와 익숙해지고, 2년 후에 엄마가 생일선물로 5.6피트 스왈로우테일(Swallow Tail), 트윈 핀 보드를 사주셔서 신나게 탔다. 그 이후로 서핑과 바다는 늘 나의 친구였다.

당시만해도 인종 차별이 굉장히 심했기 때문에 난 학교에서 늘 괴롭힘을 당했다. 나는 생김새도 어떻게 보면 좀 흑인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동양인 같고 또 어떻게 보면 하와이 사람 같아서 딱 놀리기 좋았을 거다. 그렇게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할 때마다 바다가 나의 탈출구이자 친구가 되어줬다. 또 서핑 실력이 늘다 보니 백인 친구들이 늘고 여자애들에게도 인기가 늘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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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포인트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파도는 어떤가?

일단 내가 주로 타던 헌팅턴 비치에서는 파도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뒤를 돌아볼 필요가 없다. 즉 파도가 깨질 포인트를 쉽게 알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죽도 같은 경우는 올라오던 파도가 한 번 펴진 후 해변에서 바다로 나가는 조류와 다시 만나 높이가 높아지고서야 깨지는 걸 자주 봤다. 좀 더 말랑말랑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다.

그리고 너무 조용하고, 깨끗하다. 헌팅턴 비치는 파도는 좋은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내 인스타그램에 서핑하는 모습을 자주 올리는데 꼭 양양을 한글과 영어로 모두 해쉬태그한다. 아마 아직까지 미국 친구들 중에는 이렇게 깨끗하고 예쁜 한국의 바다에서 서핑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거다. 한국의 바다에 자부심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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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업(서퍼가 파도를 기다리는 위치)에서 서퍼들과 쉴 새 없이 떠드는 모습을 봤는데, 원래 성격이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편인가? 아니면 서퍼라는 공통 분모가 있기 때문에 그런가?

난 원래 잘 어울린다. 돈이나 명예, 유명세 같은 것들은 언제고 다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그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나. 나 하나가 남는다. 그런데 왜 날 숨겨야 하나?

내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나 좋은 것들이 있다면, 나 혼자 죽을 때까지 안고 가서 뭐 하겠나. 주변 사람에게도 전해주고 싶다. 어떻게 보면 서핑이 그런 것들을 쉽게 할 수 있게 도와줬다. 어릴 때도 바다에 가면 서핑이라는 공통 분모 덕분에 백인이든 흑인이든 모르는 사람들과 쉽게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양양에서 볼 때마다 느꼈는데 라인업에서 피크(파도의 최고 정점) 부위에서 조금 떨어져서 기다리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 이유가 있나?

아, 그건 일부러 그러는 거다. 나는 원래 피크를 선호하는 편인데 죽도는 롱보더들이 많아서 피크 지점 전에서부터 테이크오프를 하기 때문에 피해 있기도 하고, 여기는 나의 메인 포인트가 아니라서. 난 이제 막 이곳에 도착한 이방인일 뿐이다. 이곳을 메인으로 서핑을 하는 서퍼들 사이에서 피크를 비집고 들어갈 생각은 아직 없다. 로컬 리스펙트라고 해야 할까? 그냥 내 안에 습관처럼 배어 있는 방식이라 자연히 그렇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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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와 슈트가 특이해 보인다.

그런가? 이 슈트는 내가 1993년인가 1994년에 산 ‘알로하’란 호주 브랜드 제품이다. 아직까지 서프 보드는 나오는 걸로 아는데 슈트는 이제 안 만드는 것 같다.(웃음) 그리고 보드는 <닭치고 서핑> 촬영하면서 함께 촬영하던 친구들로부터 받은 선물이다. 사실 나는 미국에서 오래 서핑을 하면서 서프 샵에서도 계속 아르바이트를 했기 때문에 굳이 비싼 제품을 구입하지는 않는다. 뭐랄까, 다 아는 입장에서 용납할 수 없달까? 그래서 굳이 내 돈을 들여서 살 순 없지만 어릴 적 꿈만 같았던 채널 아일랜드의 보드를 선물 받았을 때는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났다. 그래서 그때 함께했던 친구들에게도 모두 사인을 받았다. 난 보드가 여러 장 있는 스타일도 아니라서 이 보드가 두 조각이 날 때까지 탈 거다. 아, 그런데 요즘은 한국인 셰이퍼가 만든 보드를 한 장 가지고 싶기도 하다.

 

본업 얘기로 돌아가서 god의 컴백 후 그룹 활동이 뜸한 것 같다.

god 동생들과는 사적으로도 굉장히 친하고, 좋아하는 동생들이다. 우리는 일이 없어도 서로 자주 만나고, god로는 내년에 다시 앨범을 선보이려고 계획 중이다. 그 외 각자 활동들을 활발히 하고 있고, 나도 이제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TV에서 시청자들과 만날 생각이다. 지금 방영 중인 <정글의 법칙>, <힛 더 스테이지>, <너의 목소리가 들려> 외에 다른 프로그램 몇 가지를 논의 중이다. 10월부터는 정말 바빠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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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 전까지 어떻게 지냈는지도 궁금하다.

미국에서 <드래곤볼>이나 <스피드 레이서> 같은 영화 작업 후 드라마를 찍다가 허리를 크게 다쳤다. 그러면서 사람들 모르게 우울증을 앓았다. 그렇게 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god 동생들과 컴백을 도모하면서 허리 치료차 다시 시작한 스케이트보딩이 내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이후에 <닭치고 서핑>을 촬영하면서 서핑도 다시 시작하게 됐고.

솔직히 <닭치고 서핑>은 프로그램 자체는 굉장히 재미있었지만, 서핑 자체로만 봤을 때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래서 이후에 개인적으로 발리를 세 번이나 더 다녀왔다.(웃음) 그 덕에 한국에서도 이렇게 계속 다니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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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최측근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언제나 나와 god 팬들이지. 가식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몸은 떨어져 있더라도 팬들은 늘 내 맘 속에 함께한다. 내가 위축되었을 때 팬들은 내게 자신감을 주고, 기쁠 때는 기쁜 맘을 나누고 싶어지는 존재들이다. god가 잘될 수 있었던 건 우리들의 노력과 실력이 반, 운이 반이었다. 그리고 그 운을 만들어준 건 팬들이라고 생각한다. 늘 기쁘고 좋은 에너지들을 공유하려고 소셜미디어를 더 열심히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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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리얼맥 독자분들께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겁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아는 게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머리가 너무 좋아지는 거지. 그걸 노화라고 볼 수도 있고. 하지만 마음은 노화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아이일 때도 노인일 때도 기쁜 걸 보면 가슴이 뛰고, 슬픈 걸 보면 눈물이 나는 것처럼.

만일 누군가 나이 먹고 서핑이 하고 싶어졌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걸 이성적으로 생각해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위험하다느니 나이가 많다느니 하는 여러 가지 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을 것이다. 하지만 머리가 아닌 마음이 시키는 일을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사람이 처음부터 뛸 수 없는 것처럼, 처음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다 보면 크게 어렵고 위험하지 않게 즐길 수 있다. 누구나 처음엔 기고, 서고, 걷고, 그리고 뛰지 않나. 서핑도 스케이트보드도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머리보다 가끔은 마음이 시키는대로, 그리고 순차적으로 차근차근하게.

서핑이든 인생이든 지름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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